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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댁 오늘 뭐 했수?/토마토새댁은 누구여?

토댁인 나쁜 딸년, 그래도 당당하고 싶어요!!

by 토댁 2008. 11. 29.
어제는 밤 10시에
내복에 바지 두겹 껴 입고 겨울 파커를 단디 챙겨입고 집을 나갔어요.<--가출..ㅋㅋ
엄동설한에 가출도 출가도 피해야한다는 원칙에 따라서 두 가지 다 아니구요...^^

절임배추 주문이 있어 아침에 절여 좋은 배추를 뒤집으러 갔어요.
집안에서는 도저히 120포기를 절일 공간이 없어 작은하우스 안에다
자리를 마련했거든요~~~^^

솔직히 이 토댁인
시집오기전 밥도 한번 제대로 하지 않고 왔답니다..ㅋㄷㅋㄷ
싸가지가 제대로 없었죠.
어찌 보면 울엄마 욕 드시게 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울엄마는 살림 꽝인 제가 좀 더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를 바라셨습니다.
'집과 학교만 오가고 일년 360일은 핵교가고,
이사하는 날이면  이사한 집으로 하교를 했답니다..그것도 나이 20살이 넘어서 까지도...ㅎㅎ;;


울엄마 겨울에 김장 할때면 혼자 200-300포기를 하셨어요.
토댁인 뭐 했냐구요???
당근 핵교 가서 늦게 오고 추위에 무지 민감한 토댁인 방에서 꼼짝도 안 했답니다.

그런 제가
옷을 챙겨 입고 배추를 뒤집으로 갔습니다.
울엄마가 아시면 얼마나 맘 아파하실까요?
100포기 넘는 배추를 하나 하나 애기다루듯 뒤집으며
난 엄마를 생각났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아무리 철이 없어도 왜 그랬을까요?

제가 생각해도 너무 한심스럽고 기가 막힙니다.
님들 생각에도 참 어처구니 없으시죠??
토댁인....정말 나쁜 딸년입니다..




배추를 절이는 것은 울 엄마의 나에 대한 사랑입니다.

사람은 평생에 주어진 고통의 양이 일정하다 합니다.
토댁인 어린 시절 너무 고통없이 편안히 자라
지금 그 고통을 나누어 견디어 내고 있답니다.
더 늙어서 남아진 고통의 양을 줄이려고 지금 열심히 나눠 견디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제 고통이 그리 서글프지도 통탄스럽지도 않습니다.
난 내게 주어진 고통의 양을 격감할 뿐인데
좀 일찍 울 엄마를 도왔더라면 울 엄마의 고통의 양을 줄여드릴 수 있지 않았을까
후회스러울 뿐입니다.

울 엄마는 가슴이 하나 밖에 없답니다.
유방암으로 왼쪽을 절제해 버렸답니다.
내 새끼들 어렸을때
"외할머니는 왜 찌찌가 한 밖에 없어??" 라고 물어댈때
"응..나쁜 세균이 많아 잘라 버렸어!!!" 라고당당하게 말씀하셨습니다.ㅇ

나도 당당하고 싶습니다.
가진 것 없어도,
빚진 것 많아도,
아는 거 없어도,

그렇게 없는 나를 인정하고 나니 내가 편안해졌습니다.

그래서 토댁인 지지리 궁상으로 없어도 행복한 가 봅니다.
어짜피 하루를 살아야 한다면,
내가 울어서, 괴로워해서 해결되어질 일이 아니라면
웃으면서 하루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리 하루하루를 보내면 나의 일년은, 나의 십년은 , 나의 평생은 행복만이 남겠죠..^^

오늘도 울엄마의 사랑인 배추를 절이면서 고통을 조금 깍아냅니다.
그래서 힘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보잘 것 없는토댁일 늘 이쁘게 봐 주시는 님들이 계셔서 더 힘들지 않답니다.

토댁이 드릴 수 있는건
예쁜 ♥♡♥♡♥♡♥♡♥♡♥♡♥♡♥♡♥♡♥♡♥♡♥♡♥♡♥♡♥♡♥♡ 밖에 없어요~~


덧,,,
당분간 제가 쫌 소풍이 뜸하더라도 토댁이 잊으심 않되요^^
밤새 배추 뒤집고 절이느라 녹초가 되어 아마 쓰러져 충전 중일 거라 널리 이해해주삼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