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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댁 오늘 뭐 했수?/토마토새댁은 누구여?

기억하시는 숨소리가 있으시나요?

by 토댁 2009. 1. 15.

아직도 귀에 생생히 들리는 숨소리가 있습니다.
숨을 쉰다는 것, 호흡을 한다는 것은 내 몸 속의 각 세포들이 살아
각기 제 할 일을 잘 하고 있다는 증거죠.

이 토댁인 국민학교 댕길때도 씩씩하니 뼈대 튼튼한 건강아였습니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그때 울 아빠는 작은 금은방을 하셨습니다.
아시죠? 귀금속을 파는 곳...넘 영세하여 걍 금은방으로 하겠습니당.
시장가에서 몇십년을 하셨으니 모르는 사람없고, 근처 대학의 교수님들도 왕래가 있었죠.
사람 선 하다 소문나 오랜인연을 두고 찾는 분도 계셨고,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듯이 사람 잘 믿는 것을 이용해 사기를 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럴떄 마다 속은 상하셨겠지만 내가 더 조심해야지, 오죽하면 그랬겠나...였습니다.

그 날도 일년 365일이 똑 같은 다람쥐 쳇바귀 도는 생활을 하시는 그날.
추석 전날도 아침 9시면 가게 문을 열고 청소를 하셨습니다.
추석 전날 엄마랑 동생을 할머니댁에 가셨고,
전 아빠 가게에 들렀습니다.
귀금속은 예쁘게 진열장에 진열했다가 문을 닫을때면 금고에 다시 넣어두어야 합니다.
넣었다 다시 꺼내 진열하는 이 번거로운 일도 근자에 생긴 일이었습니다.

비오는 날 진열해 두었던 귀금속을 홀랑 도난 당했거든요..
그 바람에 한달은 앓아 누워계셨죠..^^;;
아마 집 두채는 휘리릭 날아갔죠.

금고에 넣으면서 토댁인 새로 세팅된 반지 목걸이는 전부 목에 걸어 보고 손가락에 껴 보고..
아빠랑 예쁘니 안 예쁘니 생쇼를 합니다.
"미정아, 니 손가락은 반지가 어울리지 않는다.
귀가 예쁘니 이 담에 애인한테 반지 말고 귀걸이 사 달라 해라"
"내 손가락이 어떄서...흥....'
삐지긴 하지만 제가 봐도 반지는 영 ~~~아닙니다..
지금도 귀걸이만 쪼아라합니다...ㅎㅎ
(이 사실을 어쨰 아셨는지 호박언냐가 귀걸이를 선물로 주셨졍.^^)

정리를 일찍이 끝내고 자건거를 꺼내십니다.
그 때는 차가 없었습니다. 울 집은 말입니다...ㅎㅎ
짐을 실는 커다란 자전거 뒤에 이 토댁일 앉히시고 출발합니다.
그의 어머니댁인 울할머니댁으로...
버스로는 일곱번의 정류장을 거쳐야하는 거리였습니다.

아주 튼실한 저를 뒤에 태우고 아빠와의 수다를 떨다 어느 떄 부터는 둘 다 말이 없어집니다.
힘이 드신 게지요.
보통 s라인의 몸매에 해당하는 무게를 지닌 저를 태우고 한참을 달리셨으니 ...^^;;
저 역시 미안해서 몸에 힘을 팍 주고는 엉덩이를 살짝들어봅니다.
혹시 그러면 덜 무거울까 싶어서...<---바보! ㅋㅋ

조용한 침묵 속에서
따뜻한 아빠의 등으로부터 전해오는
쿵 쿵 쿵 쿵.....
아빠의 심장소리..열심히 펌프질 하는 심장의 외침..
그리고 그 펌프질에 맟춰 페달을 밟으며 호흡하는 숨소리....
헉허헉..
가만히 등에 귀를 대고 들어봅니다.
쿵쿵쿵 헉허헉 ......
그 때도 그 소리들이 아빠의 힘든 삶의 소리로 제 귀에 들려왔습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삶의 숨소리입니다.
그리고,
제가 들은 마지막 숨소리....
얇게 들릴 듯 말듯한 산소호흡기 너머로 들려오는 작은 소리...

감기 한 번 하지 않던 어느날 소화가 되지 않아
찾은 병원에서 간염인 듯 하다고 진단받고 얼마지 않아
복수가 차고 간경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아마 명석이가 백일지 지난 무렵인가 봅니다.
백일, 돌..이런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토댁인지 유행처럼 찍어주던 백일사진도 없이 백일을 지났습니다.
결국 병원에 계신 아빠의 어명으로 찍었는데 그 사진을 마지막으로 보셨습니다.
아빠의 기억 속에 명석인 아직도 백일 지난 갓난아이겠죠.
2.45kg의 팔삭둥이 유난히 작은 아이로 기억하시겠죠.



남기신 유일한 사진입니다.


첨으로 의예과로 편입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한 그 날 밤은 그렇게 찾아왔습니다.

시골생활 모른체 남편따라 살러 간다는 딸이 안타까와 걱정하시며,
농사를 모르고 농사 지으러 가는 착하디 착한 사위를 걱정하시며
팔삭둥이 첫 손자를 잘 키워야 한다고 엄명을 내리시면서
그렇게 의식을 흐리시며 작은 쉼을 쉬셨습니다.

중환자실의 긴박감 속에서
살려고 왔는데 그 삶을 놓아야 하는 순간을 힘들게 맞으시면서 흘리시던
눈가에 맺힌 눈물울 아직도 기억합니다.
그리고 내 뿜으시는 작은 숨소리........
그 옛날 힘 내어 페달을 밟으시며 힘차게 들리던 그 숨소리가 아닌
이제는 놓아야하는 삶을 마감하며 힘들게 내놓던 얇디 얇은 숨소리였습니다.

다시는 들을 수 없는 내 아빠의 숨소리...
그러나 난 기억합니다. 내 아빠의 숨소리....
힘겨운 삶을 선하게 살며 노력하시며 호흡하시던 숨소리를 떠 올립니다.
내가 힘들때......기대고 싶은 벽이 필요할때....그리고 아빠가 무지무지 보고 싶을때...

오늘에 살아가는 의미를 부여합니다.
사랑했던 아빠의 숨소리를 기억하며 ......

당신은 들어 본 적이 있으십니까? 아빠의 숨소리를....
오늘이라도 달려가 안겨보세요..작아진 심장에서 들려오는 삶의 소리를...

자 휴대폰 열고 눌러 볼까요?
"여보세요?  "
"아빠!  저 예요"  라고... 해 봐요! ^^




*** 이 포스트를 올리는데 몇일이 걸렸네요.
      첨 시작은 데보라님의 이벤또 상품에 눈이 멀어 시작하긴 했지만
      언젠가 한번 써 보고 싶었던 아빠의 이야기이랍니다.
      걍 읽어주심 감사...^^
     

*** 데보라님의 이벤또에....데이트 장소를 적어달라하셨는데
      전 어디든 자전거를 함께 타 보심 어떨까 합니다...
      그의 등에 기대어 숨소리와 두근두근 뛰는 심장소리를 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