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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이야기

요즘 토마토새댁이 이상해???

by 토댁 2009. 2. 3.
라고 생각하고 계시나요?

"맞아! 정말 이상해!
요즘 글도 안 쓰고 블러그 댓글도 안달고 내 블러그 놀러도 안 오고~~~~~" 라고 생각하고 계시나요?

빙고!!!

맞습니다.
요즘 토마토새댁인 토댁이 이상합니다.
머리도 이상하고 맘도 이상하고.....

한동안 너무 힘든 일이 있어 추스리지 못했습니다.
무슨 일이냐구요????  ^^;;


지난 설 연휴 춥고도 춥던 밤에....일이 벌어졌습니다.
설 전날 새벽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벌떡 일어나 하우스로 달려 가 봤던디
하우스 온도를 조절하는 온풍기가 멈춰 있는것 입니다.
새벽 1~2시까지는 부웅~~~~~하며 엔진 돌아가는 소리를 들었으니
그 이후 멈추었나 봅니다.

그 추위를 어찌 견디었겠습니까?
말도 못하고 소리쳐 부르지도 못하는 애들이 얼마나 추웠을까요?
얼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끝내 어쩌지 못 하고 즉어버렸습니다.
텅빈 그 곳은 찍지 못했습니다.
저 만큼이나 님들도 보시면 가슴아파하실 것 같아서....

열심히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닌것도 있나 봅니다.

온풍기 회사에 문의를 했더니 노후해서 그런 것이라 새로 바꾸는 것이 최선이라 합니다.
그러나, 한두푼도 아니고 일이백만원도  훨씬 호가하는 기계를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농기계의 가격은 생각보다 훨씬 비싸답니다.
일단은 응급조치를 취하고는 그 날 이후로 더 더욱 하우스를 비울 수 없으며
특히 새벽에 멈추었으므로 자면서도 부웅~~~~하며 돌아가는 소리가 나는지
잘 들어야 합니다.

만약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스프링처럼 팔딱 튀어 일어나 하우스로 달려가
다시 재가동 할 수 있게 도와줘야합니다.
어떤 날은 현관문에서 내남자와 만나기도 합니다.
한 사람은 확인하러 나가는 길, 한 사람은 확인하고 들어오는 길이니깐요.^^
그래서인지 아침이면 투통에 시달립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마세요!
텅빈 자리를 빼고는 아직  그날 밤을 잘 견디어준 아이들이 있으니까요.^^




그래요,  힘내어 봅니다.
이 녀석들 보며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아무일 없이 자라주었으면 좋으련 이런시련을 겪었으니 더 신경쓰고 돌보아야 겠어요.
온 몸이 센서인 듯 합니다.

한 녀석 한 녀석 돌아보는 눈길도 더 세심해지고
코로 들어오는 녀석들의 냄새도 달리 느껴봅니다.
꽃의 색깔도 더 꼼꼼히 들여다 봅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무조건 열심히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일년동안 책을 통해서도, 경북농업경영정보대를 다니면서 선생님들로부터도
학습한 내용이지만 이제사 피부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섬세한 계획과 확고한 목표가 있어야하며
어떻게 무엇을 열심히 할 것 인가를 분명히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단지 책을 통해, 또는 어떠한 경로로든 배운 것들이 내게 와서 나를 통하지 않으면
진정한 내것도 아니며 배운 것도 아니다라고 생각합니다.
토댁이가 생각한 목표와 계획의 성립과 방법과 행위를 분명히 해야함은 일반적인 일들-농사를 제외한 -에만
적용되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허나, 그런 것들이 진정 농사에 더 필요함을 이제사 깨닫게 됩니다.

이러니 아직 농사꾼이 되려면 멀었나 봅니다.

먼저 땅심을 생각하고 거름을 뿌리고
땅에 맞는 품종을 심고
자라는 단계에 맞춰 다시 거름과 영양을 더 해 주고
잘 자랄 수 있게 햇빛을 많이 받을 수있게 다듬어주고
병이 오기전에 세심히 관찰하고
만약 병이 오게 되면 온 몸이 센서가 되어 살펴 주고 때론 벌레도 잡고 치료제도 쳐 주며 
나을수 있게 견디어 이겨낼 수있게 힘이 되어 주어
당도가 최고 일때를 놓치지 않고 열매를 수확하고
크기별로 포장을 하며
주문하신 고객에게 약속한 날짜에 차질 없이 배송되어
고객이 만족해야
모든 것이 끝나는 일련의 행위가 농사입니다.


그 어느 단계도 소홀히 할 수없고, 소홀히 해서도 않되는 힘들고 고단한 것이 농사입니다.
그러나,

새 잎이 나오면 신기하고
꽃이 피면 그지없이 반갑고
잎을 따주고 순을 쳐 주면서 그녀석들과 하나 하나 눈을 맞추고
한뼘 한 뼘 자라
쪼그리고 앉아 일하던 날이 지나 서서 일하게 되면
언제 이리 자랐나 싶어 대견하며
빨갛게 익어 하나하나 손을 톡톡 따며 수확할때는 어찌나 감사한지
어쩌다 입에 쏘옥 하고 따 넣어 베어 물때면 그 상큼함이
내 노고를 치하하는것 같아 마냥 행복한 순간이,  
바로 내가 느낀 이 행복감이 내 토마토를 맛보는 다른 이들에게도 전해지는 순간이 바로
이 토댁이의 행복한 농사입니다.


아직 억대 부자도 아니고 대출 이자에 허덕이며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부족하기 그지 없는 농사꾼이지만
행복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이유이지요.

이 글을 쓰면서 다시 맘을 추스리고 다잡아 봅니다.
이제 정리가 되는 것 같아요.
머리 속으로만 생각하는 것보다 글로 쓰니 훨씬 낫네요.
이래서 글쓰기가 참 좋은 작업인가 봅니다.

이제 불끈! 힘 내어 봅니다.
님들도 너무 걱정마세요^^

오늘은 님들의 싸랑이 필요한 날입니다.
자 ~~이 토댁이에게 싸랑을 표현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