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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댁 오늘 뭐 했수?

그들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행위들이지만,,,

by 토댁 2009. 5. 18.
또 이렇게 일은 시작됩니다.

흙을 살피고,
거름을 주고,
기계로 두둑을 만들어 잘 클 수 있는 방을 만들어 주고,
물길을 만들어 주고,
비닐을 덮어 주고,
다시 한 포기 한 포기 정성을 들여 심으며

잘 자라 주기를,
건강해 스스로 병해충과 잘 싸울 수 있는 힘을 기르길,
하루하루 밝게 웃어주길

온 정성으로 기도합니다.


고추에 물과 영양분을 줄 작은 구멍이 송송 뚫여 있는 호스입니다.




겨울 김장할때 꼭 필요한 고추를 심기 위해 밭을 만듭니다.




하루 온 종일 작업하고
해가 빨갛에 져 가는 하늘은 너무도 가슴 벅차 오릅니다.




에그그...
뽀샵이를 하면서 정신을 어디다 두었는지
지워야할 것을 못 지웠네요..ㅎㅎ

지송~~~




돌아온 디카에 저장되었던 사진을 꺼내 봤어요.
활짝 핀 꽃 한 송이에 맘을 담아 봅니다.





어때요?

맘에 드세요~~
제가 찍었는데 우찌 이런....
focus가 살짝 치우셧는데 뭐 그럭저럭 봐 줄만 합니다.
그죠???  ㅋㅋ

지난 겨울 동사하신 방울이 뽑고 심었던 완숙이랍니다.




입 터져라 한 입에 먹어보겠다는울 쩡으니..
결국 한 입에 다 넣더니 겨우 씹습니다..ㅎㅎ




찍는 방향에 따라 사진이 참 다르네요.
뽀샵으로 크기만 조정했을 뿐인데
위에 사진이랑 밝기가 틀리니 색상도 달라보입니다.

신기신기~~~~

이래서 같은 모델이라도 찍는 기술에 따라 멋져 보이는군요..흠~~




이 사진은 조금 밝았으면 좋았을 뻔 했습니당..^^

쩡으니 손가락이 보이네요.
실은 뒷 배경이 너무 지저분해서 스케치북을 들고 있으라 했지요..ㅋㅋ

드디어 또딱이 디카가 집으로 왔습니다.
저장되었던 사진을 정리하고 맘도 정리하고자.....했는데
사진은 정리가 되는데 맘을 정리가 되지 않습니다.


대나무 밭에 가는 것도
미생물 제재를 만드는 것도
힘이 쭉 빠져 힘이 듭니다.

흙을 만지며 기뻐하고,
대나무 밭에 둔 밥이 화려한 꽃을 피우는 것에 감탄하고
삽질하다 지렁이가 두 토막난 것을 보고 풀로 붙여 살리라는 쩡으니의 핀찬을
토마토들이 스스로 해충과 싸워 이겨주길 바라며 스스로 강해지도록
애쓰는 것도

그들에게는 아무 의미없는 행위들입니다.

그들이 그것에 의미를 두기에는 목구멍이 포도청이겠지요.

이 토댁이가 그러한 것 처럼...
그러나, 제가 대나무밭을 다시 올라가는 이유는

"토마토새댁을 알게 되어 기뻐요.
제가 수술을 많이 한 환자라서 먹는 것을 가려 먹어야해요.
고추랑 깨도 수확하면 알려 주세요"

라며 전화 해 주시는 내 엄마 뻘의 아주머니의 다정한 목소리와
그 목소리 담겨 있는 감사의 정이 내 가슴에 와 닿기 때문입니다.

한 쪽 가슴만으로도 당당한 엄마를 생각하며
그 나머지 한 쪽을 지켜주기 위해
다시 밥을 해서 대나무 밭을 갑니다.

그래도 가는 길이 멀어요.
그 아주머니의 맘에 쏙 드는 먹걸리를 위해 가야하는 길은
울 엄마의 남은 한 쪽 가슴을 지키려 가는 길은
멀어요.

아직 잘 모르겠어요.
배워도 배워도 모르겠고,
배울 수록 느껴지는 무식의 극치가 나를 힘들게 하고
배운 것을  習 하고  得하는 것도 굳은 의지가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농사를 지으며 먹고 살아온 지나온 10년이 아무 것도 아니지 않겠지만,
귀농  직후 아무 것도 모르고 나만 살기 위해 지어온 농사가
어처구니 없고, 내일이 없는, 모두를 생각하지 않은 농사라는 회의가 드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처음 시작할때 누군가 손 잡아 주어 이끌어 주었다면
좀 더 일찍 모두를 생각하는, 내일이 밝은 농사를 지었을 텐데
이제사 바둥바둥 애 쓰는 것은 '
준비 없이 시작한, 뭘 모르고 시작한 業때문일 겁니다.

여러분들이 제게 바라는 바램을
잘 이루기 위해서는 더 배워야 하고 더 노력해야 하는데

삶은 토댁이와 내 남자를 허무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