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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댁 오늘 뭐 했수?

여러분의 애마는 잘 있나요?

by 토댁 2009. 11. 9.


저희 애마는 오늘 편히 쉴 곳으로 보냈습니다.
참 오래 되셨습니다.
93년식이니 올해로 벌써 16년차이네요.

97년 내남자가 면허 따고 중고로 구입하여 올해까지 험한 일도 즐거웠던 일도 같이 한 녀석입니다.
귀농 후 첫 토마토를 수확한 기쁜도 함께 하였고,
경매장으로 실고 가면서 첫 경매로 설레이는 마음을 같이 하였습니다.
좋은 시세를 받고 같이 기뻐했고,
터무니 없는 시세를 받았을때는 실망감에 같이 힘 빠진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오곤 하였습니다.

속상해서 한 잔 한 내남자를 실고 무사히 집으로 귀가하여 지친 몸들을 편히 쉬며
다시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의 힘을 얻어 시작하는 새로운 도전도 같이 하였습니다.

동석이가 태어나 나들이 갈때 긴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녀석 안에서  냄새나는 응가 기저귀를 갈기도 하고 ,
그 녀석 안에서 남자 녀석들 쉬~~야가 급할때 음료수 병에 긴박감을 해결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아무 투정 없이 긴 고속도로를 잘 달려 아이들과 즐거운 소풍을 만끽하게 해 주었습니다.




쩡으니 출산 날도
규칙적으로 오는 진통을 견디느라 손잡이를 있는 힘껏 쥐고 있는 나를 실고,
대구까지 아침 출근시간에 병원까지 막힘없이 잘 달려준 걸 보면
아마 순산을 기도했나 봅니다.
그 덕에 쩡으니 병원에서 잘 낳았고 이제껏 잘 크고 있지요.


토마토도 실고,
배추도 실고,
울 아이들 자전거도 실고,
울 아빠 산소 벌초갈때 예초기도 실고,
무겁고 거친 하우스 자재도 실고,
흙 투성이 물이 줄줄 흐르는 폐비닐을 실고,

우리와 우리 아이들과 함께 한 그 녀석이 떠났습니다,.
실려 가는 뒷 모습도 하얗게 웃으며 우리를 남겨 두고 갔습니다.

따뜻한 온기가 피부로 느껴지는 심장이 팔딱거리는 녀석은 아니었을지 몰라도
지금 보내는 내 맘에 남아 그려지는 녀석은
우리와 함께한
우리 가족의 삶 그대로이며 삶을 살아가는 친구였습니다,

벼 베고 난 쓸쓸한 가을 벌판에 혼자 남겨진 듯한 외로움과 두려움 말고,
우리랑 같이 했던 많은 시간들을 기억하며 편히 쉬기를 바래봅니다.

잘 가.........



ps, 이 토마토새댁이 너무 웃깁니다.
      애마를 보내면서 목구멍까지 뜨거움이 울컥거리며 안습인 상태이니 말입니다..ㅜㅜ
      좀 이상한 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