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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댁 오늘 뭐 했수?

바지 사러 갔다 싸웠습니다.내남자랑.

by 토댁 2009. 11. 5.

내일은 농업마이스터대 학교 가는 날입니다.
새벽 6시 30분이면 집에서 나서야 하는데 추위를 많이 타는 토마토새댁인지라
싸랑하면서 입던 청바지로는 겨을을 나지 못 할 듯 하여
내남자랑 쩡으니랑 대구로 바지를 사러 나갔습니다.

$$아울렛을 갔다가 그만 바지는 사지도 못 하고
기분이 엉망이 되었습니다.

뭔 바지가 40-50% 가격인하는 해서 6-7만원을 쉬이 넘어갑니다.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그리 가격이 높은 것은 맘이 가지 않습니다.

그러다 내남자랑 싸웠습니다.,
아니, 싸운 것이 아니라 서로 마음이 상해서 나와버렸습니다.

내남자는 사자 하고, 전 싫다 하고...
게다 바지들은 밑위가 어찌 그리 다 짧은지 벗겨질까 걱정되었습니다.
젊은이들이 즐기는 스타일인가 봅니다.

"싫으면 치워뿌라....."
싫으면 말고.....이 뜻입니다.
웬지 무시 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몸시 상했습니다.

결국 그냥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른 날 같았으면 맘도 상하고 무시당한 듯 해서 자존심도 상해서
속이 부끌부끌 끓었을텐데,
오늘은 자꾸 뭔가 얘기가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말하면 나는 무시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맘이 상해...."라며 말꼬리를 흐렸습니다.

다른 날 같으면 내남자 역시 댓꾸도 하지 않고 못 들은 척 할텐데
"그럼 나는 무시당한 것 같은 느낌이 안 드는 줄 아나..." 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자주 옷을 사는 것도 아닙니다.
올해 처음이고, 그러고 보니 저는 제 바지 사이즈도 모릅니다.
28인치는 처녀시절이야기고....^^
여기저기서 주는 바지 중 맞으면 입었고, 아! 작년에 하나 샀군요..

몇년에 한번 사는 바지이니 제대로 좋은 것을 사 주고 싶은 내남자의 마음이었던 것입니다.
남편이 되어 맘에 드는 바지 하나 기분 좋게 사 주지 못 한다는 것에
그는 마음이 상했던 것입니다.

허나, 전 그 맘을 알지만 그 가격이면 두 녀석 급식비이고 2-3만원만 주면
가벼이 입을 수 있는 것을 하나 살 수 있겠거니 했던 것입니다.
제가 외출이 잦은 것도 아니고 비싼 옷을 사서 제 값을 하지 못하면 더 아까울 듯 하여 싫다 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제 마음을 솔직히 이야기 했습니다.

"나도 니 마음 모르는 것도 아니고...부모라면 다 그렇게 생각하지만....."라며 끝을 맺지 못하였습니다.



한참을 다시 내 자신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저는 제 자신만을 위해 쓰는 돈은 늘 아까웠고 도를 넘어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누가 그러하고 한 것도 아니고 눈치를 주는 것도 아닌데
전 저 혼자 그런 감정을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전 저를 사랑하지 않았나 봅니다.
자신을 위해 소비를 해야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뭐라 해야할까요?
내가 필요해서 하는 소비활동임에도 불구하고 자제하고 죄의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나"를 생각하며 살았던 것이 아니라,
"나'를 빼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시 내남자에게 이런 생각들을 이야기하며
"내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 여유 없는 우리 생활때문인 것 같다. 더 열심히 살자!" 라고 대답하였습니다.



대구 ME를 다녀온 후, 예전과 똑같은 상황이 생겨도 이제는 말을 합니다.
기분이 상한 채로 입 꾹 다물고 마음 속만 부끌부끌 끓이며 상대에게 악한 감정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이젠 내 생각을 말을 하고,
그 역시 자기 생각을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에게 감사합니다.
오늘 같은 상황에서 내가 말을 해도, 그가 그의 생각을 말해주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었을텐데 말을 해주어 기분이 몹시 상한 체로 집에 온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상한 마음 없이 집으로 돌아 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금 허전할 뿐입니다. 아니, 볼일을 못 본것이 섭섭하다고 해야할까요?



지금 미역국을 끓이고 있습니다.
내일 아침을 차려 주지 못하니 먹을 국과 밥을 미리 해 놓습니다.


하루하루 달라지고 자라나는 내모습을 보는 것이 기분 좋습니다.
언젠가 제 나이 만큼 자란 나를 볼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