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인 날짜를 보면 이제 가을은 우리를 떠나고
하얀 겨울이 우리를 찾아오려고 준비를 하나 봅니다.
새벽에 학교로 출발하느라 겹겹히 입고 간 탓에 낮에는 조금 더웠답니다.
공부 잘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 일상을 정리합니다,
1박2일간 못 본 애미를 온 몸으로 반기는 것은 쩡으니 뿐이군요..^^;;
오늘은 멋진 일을 보여드릴려구요.
저도 첨 보았고, 처음 해 보았고, 처음 보여드립니다.^^
지난 여름 날 힘들게 저녁까지 작업한 것입니다.
이게 뭘까요?~~~~~^^
이것이 무엇인지 이제 보시겠습니다~~~~
바로 조롱박입니다.
반을 잘라 씨를 빼고 말려서 옛 어른들이 즐겨 사용했던 바가지이지요.
잘 말려진 녀석들은
쌀바가지도 되고,
물바자기도 되고,
소금바가지도 되었던
손때 묻어 정겨운 박바가지입니다.
아버님게서 따 오셔서 신랑이랑 아버님이랑 저랑 셋이서 손질을 합니다.
박은 어찌나 단단한지 톱으로 잘라야합니다.
근데 정중앙을 지나가며 절반을 자른다는 것은 참 힘든일이었습니다.
지나고 난 생각은 꼭 바가지로 쓸 것이 아니면 작은 구멍을 내어 속을 긁어내면
예쁜 소품이 될 것 같습니다.
내년은 작은 소품을 만들어 보렵니다.^^
반을 갈랐더니, 하얀 씨도 보이고 가득 차 있는 속살도 보입니다.
겉부분은 딱딱하게 테두리가 져 있었습니다.
숟가락으로 속을 파 냅니다.
하얀 속을 파 내고 나니 파르스름한 껍질만 남았습니다.
속을 파 낸 박들은 냄비에 넣어 삶았습니다.
한 참을 삶아 내고 나니, 바깥 부분에 껍질을 벗겨내어야 했습니다.
'
철수세미로 싹싹 벗겼더니 얆은 때 같은 것이 벗져집니다.
둥글둥글 박 껍질에 작고 하얀 덩어리 보이시죠?
그것들을 하나 하나 일일이 다 떼어냈습니다.
벗겨낸 속 모습에 줄무늬가 한줄 두줄 보이네요.
동석이가 도와주었습니다.
갯수가 많아 일일이 수세미로 벗겨내니 손목이 아팠답니다.
열심히 마지막까지 벗겨내어 주었습니다.
언제 보아도 이쁜 동석입니다.
옆 사람을 행복하게 해는 힘을 가진 녀석입니다.
뉘 집 자슥일까욤?..ㅋㅋ
형광등 불빛에 비춰 본 박의 모습이 새롭습니다.
처음 보셨죠?
정교하게 한 줄 한 줄 내려와 꼭지점 하나에 다시 모여 움푹 패인 공간을 만들어 낸것이
모든 기와 정성을 조심스럽게 담아 내는 두 손 같습니다.
무엇이든 정성으로 채우는 바가지..
오늘은 떠나가려는 가을의 행복을 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ps. 이 바가지는 잘 말려 제가 이벵을 하려고 했는데 비를 맞는 바람에 곰팡이가 생겨 말리지 못했답니다.
끝까기 정성을 깃들여야 완성되는 장인의 정신이 필요했는데 말이지요.
내년엔 꼭 성공해 보렵니다.
작물이나 식물들은 일년을 기다려야 다시 모습을 보는 slowslowslow....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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