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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댁 오늘 뭐 했수?/새댁이 읽은 책은 뭐유?

언냐 손잡고 떠나는 산티아고.

by 토댁 2009. 6. 30.
토댁에게는 언니가 없습니다.
남동생이 하나 있지요.

근데 전 블러그를 하면서 언냐들이 많습니다.
언냐라고 들이대면(?ㅋㅋ) 누구든지 흥쾌이 동생으로 맞아주십니다.
이 못난 토댁일 말입니다.^^

엄마가 주지 못한 언냐들을 블러그가 제게 선물합니다.

오늘은 미리 언냐라고 들이대지도 못한 산나님을 언냐라고 막 불러대면서 손 잡고 다닙니다.

어디를 가냐구요?

산티아고......카미노를 갑니다.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스페인 산티아고까지..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사실 기행문이나 여행기는 잘 읽지 않았을 뿐더러 기행문이라면
고등학교때 밑줄 쭉쭉 그으며 내포되어 있는 뜻을 파악하느라 별 감동을 느끼지 못했다,
감동이라기 보다는 무슨 말들이 그리 어려운지 그냥 있는 대로 써 주면 좋으련
표현을 뱅뱅 돌리는 통에 늘 힘들었던 국어 시간만 떠오를 뿐입니다.

근데 제 이웃블러거이신 inuit님께서 책이 나온 것을 포스팅하셨고
inuit님의 서평을 읽고 낼름 책 주문을 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이제사 아니 오늘에서 책을 덮으며 몸살이 난 듯 한 느낌이 전해 옵니다.
왜냐구요?..

산나언냐랑 같이 다녀왔다니깐요!
여권도 비자도 없이 땡전 한 푼 안들이고 덤으로다.....^^

그래도 참 좋습니다.

님들은 다정한 언냐 손 잡고 어딘가를 걸어 본 것이 있으시나요?

마운틴 폴이라고 하는 지팡이를 하나 빌려줄까 말까 고민하는,
하나 빌려주고나면 내가 불편할 것 같아 고민하는 정말 언냐.

그러나, 곧 참 인색한 사람이라구...라고 하는 정말 언냐...

그래서 토댁이도 같이 걷게 만든 "사람" 언냐....

미사어구나 아니고 밑줄 긋고 내면 뜻을 생각해야 하는 글이 아닌
그냥 산나언냐와 걸으며 듣고 느끼고 같이 울었던 카미로..

첫 날 카페에 우유를 넣은 카페 콘 레체 값을 대신 내는 마틴아저씨
"나 말고다른 순례자에게 사세요."
"계속 다른 사람에게 커피를 사면서 카미노에 여놰적이니 호의의망을 만드는 것도 재미있잖아요"
라며 다시 길을 떠났다.

홀로 떠도는 고독한 길이 아니라 "낯선 이의 친절"로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여정

이 될지도 모른다느 언냐의 예감은 적중했답니다.

늘 만나는 사람들 속에서 서로를 위로하고 배려는 카미로입니다.

어디 온전히 "나 뿐인 나"가 가능하기나할까. 개별적 존재라고 생각하는 "나"는 사실은 수 많은 관계의 교차저이자 흔적들의 중첩일 것이다.


마을 호스피스 시설의 후원금을 모으던 조와조지 할아버지
조지 할아버지가 내민  일기장에 언냐가
"나의 수호천사가 되어주어 고맙습니다"
라고 적을떄 토댁인 옆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답니다.

훌쩍훌쩍 ...

산나언냐가 혼자 이면서도 같이 걷는 분의 사진을 묻을때는 저도 울아빠 사진을 같이 묻었습니다.
뒤돌아 보는 지난날 아빠와의 순간순간들을 다시 떠올리며
그래도 난 참 많이도 사랑 받으며 자랐구나....
다시금 아빠의 사랑을 느꼈습니다.


산티아고에 도착하고
다시 마농할머니를 만나고 난처해진 할머니에게 자시의 주저함 없이 지갑을 여는 언냐는
더 이상 인색한 사람이 아니라 한순간도 인색하지 않은 그 모습이였습니다.

그 옆에서 마냥 즐거워하는 이 토댁일 보셨는지요?..히히

내가 사실로 겪어 아는 것은 내가 걷는 길의 아름다움뿐이다.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상상으로 내가 아는 길의 선물을 더 이상 망치고 싶지 않았다.
내 삶을, 내게 벌어진 일들을 받아들이는 것만이 이 길의 굽이굽이에 숨겨져 있을 기쁨을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전 이 문장이 너무 좋습니다.

실은 제가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이라는 덩어리가 아직도 내 맘 속에 떠다니기 때문일 겁니다.
내가 아는 길의 선물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가고 있는 길이 내게 주는 이 보석같은 선물을 놓치고 싶지도 잃어 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산티아고까지의 한 달이 넘는 길을 같이 손잡고 걸으며
"나"는 굽이굽이 숨어있는 기쁨을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이
블러그 라는 선물이라는 것을 다시 느낍니다.

낯선 이의 친절"로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여정-----블러그



+++

토댁이도 글도 자알 ~~~써 보면 좋겠습니다.
아니 잘 쓰기는 커녕 제대로 전달이나 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재주라고 젠병인 토댁이.....
그래도 님들이 제게 힘이라지요..^^


+++++
요즘 거의 책을 읽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의 3주만에 책 한 권을 일겅ㅆ네요..이런이런....
읽을 책은 줄줄이 번호표 받아 들고 있는데 언제 다 읽는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