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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댁 오늘 뭐 했수?

참 예쁜 할머니...

by 토댁 2008. 9. 16.

명절이 오면 기쁘고도 안타까운 할머니십니다.

울 시어머니의 친정어머님이십니다.

여든 칠곱이신 노모 이십니다.

뇌졸중으로 혈관이 터지고 수술 후 정신이 흐려지셨는데

차츰 더 정신이 맑아지십니다.


젊은 시절 6남매를 길러 내신 우리의 힘든 할머니이십니다.

울신랑도 할머님이 키워주셨다 하였습니다.

정신 맑으실때 들려주셨던 신랑의 어린시절은 참 재미있습니다.

할머니만 알고 계시는 옛날옛적 이야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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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과 할머니세요.

예쁘게 입으시고 한장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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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펀 사진인데 어둡게 나왔네요.

밝았으면 더 예쁘게 나왔을텐데...


6남매들 맘은 다 모시고 싶은데 삶이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으니

제가 사는 지역 병원에 계십니다.

다들 맘에 죄스러움을 가지신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는 자식의 죄스러움,,,


할머니는 어린 아이 같습니다.

탕국에 말아 밥을 드렸습니다.

혼자 못 드시니 제가 떠 먹여 드렸습니다.

울 세 녀석들  처음 이유식 할때 처럼 한 숟갈 조금씩 천천히 호호 식혀서 드렸습니다.

이가 없으시니 씹으시는 것이 부자연스러운 것을 보고 딸래미가

이상한지 귀속말로 물어 봅니다.

"어마. 할머니 이가 이상해.. 이렇게 씹어" 하면서 우물 우룸 흉내를 냅니다.

그래서 어린아이들은 어른들이 보살펴주듯이 연세 많은 어른들은

엄마처럼 젊은 사람이 돌보아드려야 된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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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층히 놓인 늙은 호박입니다.

골이 깊이 패인 것이 참 예쁘죠.

호박죽도 생각나고, 호박범벅도 생각납니다.

주먹만하게 자랐을때는 된장찌게 넣어 먹고
 
이렇게 노랗게 잘 익으면 저장해 두었다 추운 겨울밤 맛난 간식 거리가 됩니다.


저 노랗게 잘 익은 호박은 할머니 같습니다.

젊어서도 늙어서도 우리에게 소중한 존재이니낀요.

'빨리 가야 잊어버리는데...." 하시면서 자신이 빨리 돌아가셔야 한다며 자식들에게 미안함을 말씀하십니다.


행복하고 편안하게 생을 마감하시길  바래봅니다.

울 할머니.....